[The Origin] 나를 딱하게 여기기도 전에, 나는 나를 먼저 아프게 했다

1. 쉴 곳 없는 전장: 두 마리 호랑이의 충돌

내 사주의 일주는 무진(戊辰), 그리고 나를 낳아준 어머니 역시 무진(戊辰)이다. 명리학에서 무진은 거대한 산이며 영토를 의미한다. 한 지붕 아래 두 개의 거대한 산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서로를 품어주는 안식처가 아니라 끊임없이 부딪히고 깎아내리는 전장이었음을 의미한다.

어린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을 적셔주는 따스한 ‘물(水)’의 기운이었으나, 내 유년의 집에는 날 선 ‘토(土)’의 기운만이 가득했다. 어머니 또한 나만큼이나 강하고 날 선 기운을 가졌기에, 가장 편안해야 할 집은 늘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도는 전장이었다. 나는 쉬는 법을 잊은 채, 살아남기 위해 자라야만 했다.

2. 갑술(甲戌)의 감옥: 버려짐의 공포가 만든 생존 전략

나의 태어난 해인 갑술(甲戌)은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아닌, 나를 감시하고 억압하는 ‘편관’의 호랑이였다. 돌 무렵 떠난 친부의 부재와 세 살에 마주한 새 아버지. 불안정한 부모 밑에서 나는 늘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강한 감정을 표출할 때면 “집 밖으로 나가라”는 서슬 퍼런 협박이 날아들었고, 실제로 몇 번이고 집을 나서야 했던 그 밤들 속에서 편관의 기운은 최악의 방식으로 발현되었다.

내 무의식은 본능적으로 생존 전략을 짰다. 의지할 곳 없이 유일한 핏줄마저 나를 내놓은 환경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사랑받을 수 없다. 쓸모 있고 책임감 있는 아이가 되어야만 버려지지 않는다.” 남들이 듬직하다고 칭찬하던 나의 성숙함은 사실, 살아남기 위해 창살 없는 감옥 속에서 연마한 ‘처절한 눈치’의 산물이었다. 그렇게 누구도 잡아줄 수 없었던 불안정한 유년기를 보냈다.

3. 안으로 터져버린 용암: 표출되지 못한 병인(丙寅)

나의 월주는 뜨거운 태양과 같은 병인(丙寅)이다. 본래는 하늘 높이 에너지를 뿜어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며 살아야 할 사주였다. 그러나 현실의 억압은 그 뜨거운 용암을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게 막아 세웠다.

분출구를 찾지 못한 에너지는 결국 내 안으로 터져 들어왔다. 겉으로는 똑부러지고 단단해 보이는 아이였지만, 속은 우울증, 공황장애, 그리고 수없이 밀려오는 자살 충동이라는 독이 되어 나를 공격했다. 타들어 가다 못해 재만 남은 속내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나는 그렇게 혼자 견뎌왔다.

4. 지독한 정서적 가뭄: 기댈 곳 없는 독립체

사주에 물(水)이 부족했던 시기, 내 삶은 지독한 갈증의 연속이었다. 돈이 있어도 가난했고, 사람이 곁에 있어도 외로웠다. 유일한 핏줄인 엄마조차 나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 세상에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가뭄이 시작되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스스로를 더 가혹하게 채찍질하는 것뿐이었다. 서른이 넘은 지금도 가끔 이 강한 에너지를 다스리기 버거운데, 홀로 견뎠을 어린 날의 나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가늠조차 되지 않는 그 고립의 시간은 역설적인 선물을 남겼다. “이제 나 하나쯤은 내가 감당할 수 있겠다”라는 단단한 자립심이다.

5. 맺음말: 이제야 비로소 나를 안아주다

“나를 참 딱하게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을 비관하며 나를 더 아프게 했다.” 술과 폭식으로 몸을 망가뜨리고 무너져가는 정신을 방치하며, 나는 나 자신을 가장 모질게 대하는 가해자였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파란만장했던 30년은 나라는 산을 더 단단하게 굳히기 위한 연단의 과정이었음을.

여러분의 결핍은 무엇인가요?

어린 날, 무거운 통제 속에서 무력함을 느꼈던 순간들. 하루빨리 어른이 되어 내 힘으로 살아가고 싶어 간절히 기도했던 그 시기들… 아이가 아이답지 못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놓였던 누군가에게, 저의 이 투박한 생존기가 조금이라도 빛과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당신에게 감히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 힘든 시기는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디 용기 내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오늘도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이 지독한 결핍과 가난했던 마음을 이겨내기 위해 제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 구체적인 과정은 다음 글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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